캐서린의 엄마와 이모가 캐서린 방의 닫힌 문 쪽으로 달려간다.
엄마
언니, 애가 말을 안 들어. 어쩌면 좋지?!
아그네스가 닫힌 문에 대고 강한 어조로 말한다.
아그네스
어서 문을 열고 우릴 들여보내 주렴.
아그네스
네가 나오지 않는다면 우린 문을 부술 수밖에 없다.
아그네스
네가 운다고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어.
문 반대편에서는 캐서린이 엄마의 애원을 들으며 묵묵히 서 있다.
캐서린
아까 나한테 무슨 말을 하려던 것 같았는데...
캐서린
으아, 세상에. 좋아. 다시 움직인다 이거죠.
캐서린은 인형의 시선을 따라 책상으로 눈을 돌린다.
책상에 놓인 물건은 책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한 권뿐이었다.
인형의 눈길이 책에서 침대로 천천히 이동한다.
캐서린
저기요, 우리 엄마랑 이모는 지금 인형님을 죽이거나 어떻게 하려고 해요.
캐서린
책을 읽기에 썩 좋은 때는 아닌 것 같은데요.
인형의 시선이 다시 책으로 갔다가 침대로 돌아온다.
인형의 손이 솟구쳐 올랐다가 책 표지 위로 툭 떨어진다.
캐서린은 갑작스런 움직임에 깜짝 놀라 침대에서 일어난다.
인형은 표지 위에서 손을 움직이다 제목의 첫 글자에서 멈춘다.
캐서린
엄마랑 이모가 돌아오시기 전에 원하는 게 뭔지 그냥 말해주세요.
인형의 손이 책 표지 위에서 작은 원을 그리기 시작한다.
캐서린은 인형과의 거리를 유지하며 조심스럽게 책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인형의 손이 오른쪽으로 움직여 다시 원을 그린다.
캐서린
앗! 지난 크리스마스에 아그네스 이모가 사준 위저보드 같아요.
캐서린
하우 뭐요? 뭔가 방법(how to)을 알고 싶은 건가요?
인형이 계속해서 표지 위에서 손을 끌어 움직인다.
캐서린의 가슴이 빠르게 뛴다. 조금씩 책을 향해 가까이 다가간다.
캐서린은 인형의 퍼즐이 주는 스릴에 몰입한다.
삼장이 마치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쿵쾅거린다.
심장의 고동이 멈추고 머리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는 천천히 인형을 바라본다. 인형과 캐서린의 얼굴이 한 뼘 정도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