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의 굳은 몸으로 엄마와 이모가 재빨리 다가간다.
아그네스는 캐서린이 꼭 쥐고 있는 인형을 빼낸다.
두 사람은 캐서린을 땅에서 들어올려 집으로 옮긴다.
아그네스
난 할 만큼 했어. 이제 인형을 없애버리자.
엄마
그런데 어떻게 완전히 끝장내지? 좋은 생각 있어?
아그네스
하나 생각해둔 게 있어…하지만 그 오래된 마법서를 뒤져봐야 해.
두 사람은 캐서린을 서재로 옮겨 소파에 눕힌다.
아그네스는 인형을 바닥에 던져 두고 서가를 뒤지기 시작한다.
캐서린의 엄마가 캐서린 쪽으로 몸을 돌려 상냥하게 이야기한다.
엄마
하지만 엄마가 곧 너에게 할 일은 다 널 위한 거야.
엄마
아빠는 우리를...우리 가족을 해치려고 했단다.
엄마
얘야, 캐서린. 너와 아그네스 이모, 나는 오래도록 이어져온 마녀 일족이란다.
엄마
우리의 선조는 똑똑하고, 실력 있는 여성들이었어. 여성이 좀처럼 힘을 얻을 수 없던 시절에 마법을 개발해 힘을 이용했지.
엄마
우리 일족은 수백 년 동안 존재해 왔단다. 우리 중 많은 수가 역사 속에서 위대하고 고귀한 일들을 해왔어.
엄마
우리는 목소리를 내지 못한 수 많은 여성에게 도움을 주어왔단다.
엄마
캐서린, 내 딸. 우리가 성공을 위해 무엇이든 감수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란다.
엄마
우리의 길을 막아서는 자는 누구든 제거하는 거야.
캐서린의 엄마가 앙상한 손을 뻗어 캐서린의 팔을 움켜잡는다.
엄마
아직도 아이를 낳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남자가 필요하다는 점만을 빼면 말이야.
엄마
그리고 ‘올바른’ 딸을 낳으려면 그 남자들을 남편으로 맞는 것이 대개 더 효과적이지.
엄마
하지만 딸을 낳고 나면 남자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을 한단다.
엄마
대부분은 기꺼이 제발로 떠나지. 우린 어리고 별볼일 없는 여자를 이용해 남편을 꾀어낸단다.
아빠를 언급하자 캐서린의 가슴이 조여왔다. 엄마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가 두려웠다.
엄마
내가 네 아빠를 밀어내려 하자 그 사람은 내 의도를 의심했고, 결국 우리 가족사를 캐기 시작했다.
엄마
한 번은 아그네스와 내가 부도덕하고 잔인하다면서 내게 맞섰지.
엄마
하지만 네 아빠는 거의 아무것도 알지 못했어. 그 어리석은 남자는 우리의 결정을 잔인한 일이라고 여기고 말았지.
엄마
그 사람이 너를 내게서 떨어뜨리려 하고, 네게 마법을 가르치지 못하게 할 거라고 했을 때, 그를 없애버려야 한단 걸 알았단다.
캐서린의 엄마가 그들의 비뚤어진 가족사를 이야기하는 동안 아그네스는 계속해서 책장을 뒤진다.
엄마
캐서린, 네 아빠는 멈춰야만 했다. 그래서 내가 영혼을 인형에 가두는 저주를 만든 거야.
엄마
난 그게 무척 상징적이라고 생각했어. 이 가족을 통제하는 것은 그 남자가 아니라 바로 나라는 것을 알려주는 마지막 메시지로써 말이다.
엄마
그래, 네가 한동안 침울해 하긴 했지만 너도 결국 마음을 추스렀잖니.
엄마
어제까지는 우리 모두 여기서 오래도록 평화로웠어. 어제까지는...
아그네스 이모가 색이 바랜 갈색 가죽으로 표지를 댄 작은 책을 꺼낸다. 오랜 세월에 종이가 누렇게 변색됐다.
캐서린의 엄마와 이모가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다.
엄마
우리가 뜸을 들일수록 힘을 얻는 것 같아.
몇 년 전 캐서린의 10번째 생일에 아빠가 캐서린을 칼라일 호수에 데려간 적이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날이었다. 몇 시간 동안 호수에서 수영을 한 뒤...
캐서린은 아빠의 말을 따라, 항상 스스로에게 진실하겠노라고 약속했다.
캐서린은 늘 그것이 이상한 약속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빠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엄마
서둘러 언니! 저 이가 떠들게 두면 안 돼.
아그네스
최대한 서두르고 있으니까 좀 침착해줄래?!
캐서린은 이모의 말을 조언으로 삼아 침착하게 방을 둘러본다.
엄마의 책은 탁자에 놓여 있고, 아직 마비 주문이 쓰여 있는 페이지가 펼쳐져 있다. 아래쪽, 페이지 제일 밑에는...
저주를 푸는 주문이 빛바랜 잉크로 적혀 있다.
캐서린은 그것을 읽으려 애쓴다. 그를 모두 읽은 캐서린은 머릿속으로 저주를 푸는 주문을 왼다...
아그네스
여기 있다. 이 저주면 완전히 보내버릴 수 있어.
캐서린은 계속해서 저주를 푸는 주문을 웅얼거린다. 근육과 턱의 마비가 빠르게 풀린다.
캐서린의 엄마는 놀란 눈치다. 하지만 곧 그녀의 얼굴에 음흉한 미소가 번진다.
엄마
마법을 사용하니 기분이 어떠니, 얘야? 강해진 기분이 드니?
엄마
네가 앞으로 할 수 있을 모든 일들을 생각해 보렴.
캐서린
힘에 환멸을 느꼈겠지. 엄마는 마법을 악의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엄마
넌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라.
캐서린
아니, 잘 알아. 아빠는 엄마가 하던 일들을 보았고 엄마를 멈추려고 했어.
캐서린
이런 게 마녀의 삶이라면, 나는 마녀 따위 되지 않겠어.
엄마
캐서린, 너도 얼마간 흥분을 가라앉히고 나면 분명 마음이 바뀔 거야.
캐서린
그리고 아빠와 같이 엄마를 막을 거야, 영원히!
캐서린의 엄마가 캐서린을 노려본다. 목소리가 몹시 조용하고 진지해진다.
캐서린의 엄마가 인형을 향해 재빨리 돌아서서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소리친다.
캐서린의 엄마와 아그네스가 서재에서 도망친다.
하지만 인형을 안아 들자 인형의 몸이 조금씩 부서져 떨어진다.
바닥에 떨어진 몸은 산산조각 나 재로 변한다.
캐서린은 눈앞에서 아빠가 천천히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본다.
아빠
아니야, 나는 처음부터 이렇게 될 운명이었어.
아빠
네 엄마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일을 시작했어.
아빠
지금은 그걸 좀 더 빨리 진행했을 뿐이야.
아빠
내가 엄마와 맞선 건 오직 한 가지 때문이었어...
캐서린
그게 뭐야? 대체 어떤 이유로 이렇게까지 된단 말이야?
캐서린
난 이제 아빠의 죽음을 처음부터 다시 받아들여야 해.
캐서린
게다가 다름아닌 엄마가 아빠를 죽였다는 사실까지도.
아빠
그리고 이제 난 네가 무사할 거란 걸 알고 죽을 수 있게 되었어.
인형의 팔다리가 계속해서 부서진다. 마치 불꽃 아래에서 녹는 양초처럼 얼굴이 그 형체를 잃는다.
캐서린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지만, 캐서린은 눈을 한 번 깜빡인 뒤 허리를 곧게 세운다.
캐서린
아빠, 내가 엄마와 이모를 막을 거야.
마지막 남은 인형 조각이 캐서린의 손가락 사이로 떨어져 바닥에 쌓인 잿더미 속으로 사라진다.
어느새 캐서린의 손에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젖은 눈알 두 개뿐이다...
